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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변길현>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

정운학 :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정운학은 신사적인 작가이다. 광주에 있는 작가들 중 순위를 매기자면, 유머감각으로는 그가 광주 작가 중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지만, 매너와 유머를 합친다면 단연 으뜸이 될 것이다. 그러한 그의 품성은 그의 작품에 온전히 녹아있다. 그의 품성과 작품이 같은 것이라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미술작품의 효용가치는 돈의 효용가치와도 같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에 기꺼이 그 가치를 지불하고 음악을 듣고, 작품을 사는 것이다. 필자가 모 갤러리 옥션에서 산 그의 작품은 그의 따뜻한 품성과 세련된 감각을 대표하는데, 깊은 액자 안에 두꺼운 전화번호부 크기 정도의 조형물이 들어 있다. 원래 이 작품은 롯데화랑에서 초대받은 개인전(2007)에 출품했던 것인데, 작품제목은 <기억의 공간>(2007)이다. 이때의 반응이 좋아서 나중에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로 초대받기도 했다.

<기억의 공간>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공간 또는 집에서 영감을 받아 집, , 계단, 문 등으로 조형화되어 모두 30여개 정도가 전체 한 작품을 이루는 것인데, 물론 각각 한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가 구입했던 것은 그 중 한 개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작가 정운학의 따뜻한 감성을 잘 살린 것이다. 작가가 살았던 예전의 공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작가만의 특수성을 우리들의 보편성으로 연결시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그의 작품재질이 빛을 이용한 디지털적 작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지만, 그의 작품의 근원은 공간에 대한 추억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런 디지털적 작품이 LED조명을 이용한 <Light and Space>(2010)이다. <Light and Space>는 전작 <기억의 공간>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세계가 다양한 재질과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최근 그가 유명 아트페어에서 선보인 <The Story of Books> 시리즈는 이 작가의 특징인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이다. 언뜻 보면 회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각임을 알게 되는 착시효과가 일품인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테크니컬하게 넘나들면서, 그의 유머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내용적으로는 무엇인가 차분하면서도 밝은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정운학 작가의 기존 작품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인데 대학에선 회화를, 대학원에서는 조각을 전공한 그답게 양 영역을 혼합하여 그만의 특색있는 변주곡을 만들어낸다. 가벼운 재료를 이용하여 형태를 만들고 그 입체물의 표면을 밝고 따스한 색상으로 그림처럼 그리는 것. 기본적 정서는 가족애적인 것이고, 크게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대한 긍정적 관조가 있는 것이다.

<>, <날과 날들>(2008)이란 작품은 벗어놓은 옷을 형상화한 것인데, 플라스틱 조형물에 채색을 하여 건강한 노동과 옷에 묻은 땀, 체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군은 조금은 주제가 무겁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배어져 있다. <술잔>(2010) 시리즈도 역시 그의 유머감각, 착시효과가 곁들여진 재미있는 작품이다. 신세계갤러리 초대로 열렸던 전시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모두를 빙그레 웃게 만드는, 그래서 진짜 술 한 잔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모두 그의 인간됨과 성실한 작업에서 나온 작품이라, 하나하나 모두 따뜻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필자는 직업상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작가들을 만나곤 하는데, 그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 참 기쁘게 생각하고, 그의 작품을 곁에 두고 볼 수 있어 또한 기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