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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장석원> 공간의 逆行과 코드의 美學

공간의 逆行과 코드의 美學

 

장석원(미술평론가)

   

정운학의 시각은 건강하고 知覺的이다. 사물에 대한 일반적 코드를 기억의 코드로 바꾸는가 하면 일반적 진실을 역행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공간의 단편을 제시할 때에도 그것들을 기호화시키거나 구조적인 면을 드러내면서 그 내용에 있어서는 공간의 깊이나 시각적 측면을 뒤바꾸면서 우리들이 사물을 인지한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으로 그 허구적 측면을 감지케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일류전(illusion)의 극대화라고나 할까, 그 허구성을 드러나게 하면서도 다시 그 일류전 안에 아슬하게 서있는 우리들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가 주시하는 공간의 문제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료한 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멀리 있는 기둥보다 가까이 있는 기둥이 커보이는데 그것이 과연 당연하느냐 하는 질문이다. 그는 그 당연한 문제를 전도시켜서 가까운 기둥이 가늘고 작으며 멀리 있는 기둥이 크고 굵게 만든다. 이러한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어리둥절 해질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익숙해진 공간의 문제를 뒤바꾼 작품 앞에서 이를 어떻게 인지해야 하느냐 하는 혼돈에 빠지기 쉽다.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실내 공간, 여기서도 그는 움푹 들어가야 할 실내 공간을 튀어나오게 만들고는 그 역행을 간접적으로 인지케 하기 위하여 채색으로서는 원근법적으로 칠한다. 채색으로서 역행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만, 가까이 가서 물질적으로 확인 할 때에는 거꾸로 된 그 아이러니(irony)를 이 작가는 즐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작가는 공간의 문제를 기호화시키고, 이를 미술적으로 인지하고 수용케 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사람들이 착각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공간의 허구와 그 구조에 대한 구조와 기호적 코드 사이에는 얼마든지 자유로운 예술적 상상력과 언어 방식이 개입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 속에서 즐거움을 본다. 아이러니는 상충되는 문제 가운데의 모순이지만, 그 아이러니를 두고 이를 뒤바꾸며 일종의 인지적 게임을 펼칠 때에 그것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호로 바뀐다. 그것들은 평범한 존재들을 변화시키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가치들을 재구성시킨다. 일종의 인지적 혁명이 그 내부에서 조용하게 일렁거린다.

2002년 신세계 갤러리 기획 공모에 참여하여 중국 여행을 다녀 온 이후 그는 졸정원의 산책로라는 특이한 작품을 내놓았다. 산책로의 구불구불한 길을 연상시키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는 모양의 막대기. 그는 중국의 유명한 정원을 보고 결국 구불구불한 막대기 하나를 내놓았다. 그 간단한 작업 안에는 중국에 대한 작가의 담백한 사유가 깃들어 있다. 그도 남들과 똑 같이 좋은 풍광을 다 보았지만,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그 산책로의 라인 뿐, 그 간단한 라인으로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정운학은 1995년 이후 5년 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수학했다. 낯설은 이국 문화 속에서 그는 독자적인 시각을 확보했다. 공간의 역행으로부터 그 기호적 코드로 진전시켜 나가던 그는 최근 작업에서 空間들 끼리의 구조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인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물과 현실에 대한 건강한 시각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풍미되는 객관적이고 지각적인 면모가 그의 유니크한 작가적 기반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구석 공간처럼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그가 다루고 추구하는 예술적 문제는 크고 중요하게 인식된다. 심상치 않은 일관성이 관류하고 있다.